야간비행 겨울호에 기고한 음악 이야기 입니다.
야간비행은 12월 초에 나올 예정입니다.
Music is my first love
음악에 대한 글을 써 보라고 편집인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들었다.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우리 조종사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음악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대부분 먼 옛날 입시 위주 주입식 음악 교육에, 플러스 슈스케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귀동냥한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접근한다면 내용은 매우 직관적이고 감성적이어야 하겠다. 하지만 내 경험에 조종사들의 성향은 그렇지 않다. 비록 음악적 배경이 별로 없다 하더라도 습성상 조종사들은 항상 숨은 원리를 궁금해하고 입증되지 않은 불확실한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선을 조금 넘어서 막 나가기로 했다. 잘 포장된 음악이란 것이 벗겨보면 원래 어떤 모습이 숨어있는지? 어떤 법칙이 숨어있는지? 무엇이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지? 같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식 접근을 한번 해보기로 했다. 나에게도 어려운 도전이므로 혹시 틀린 것이 있다면 언제든 적나라하게 지적해 주기 바란다. 난 내가 틀린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말이다.
12개 주파수의 비밀
우리가 음악에 사용하는 음(note)은 모두 12개이다. 엄밀히 말해서 작곡에 사용하는 음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왜냐하면 연주와 프로듀싱을 하다 보면 테크니컬 하게 12개 음 외에 다른 사이음들을 순간적으로 사용할 때도 있으니까. 관악기와 기타등 에서 주로 사용하는 피치밴딩(Pitch banding: 현이나 리드 등 악기의 떨림체를 인장(tension) 시켜 음의 높이를 일정한 범위내에서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기술)이나 현악기에서 많이 사용하는 포르타멘토, 글리산도(Portamento, Glissando: 음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거나 내려 부드럽게 중간 음들을 내는 기술)같은 기술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단, 이 열두 개의 음은 다음과 같다.
C C# D D# E F F# G G# A A# B
Tone
잘 알다시피 C는 도(Do) 이고, 이 열두 개의 음들은 서로 ‘반음(semitone)’의 간격으로 나열되어 한 옥타브(octave)를 구성하고 있다. 음악에서 음의 간격(Interval)은 매우 중요하다. 이 12개의 원소 중에 몇 개를 골라 특별한 규칙으로 나열하면 ‘음계(scale)’가 되는데, 이처럼 선택된 음들을 다시 조합하여 멜로디와 화음을 만들면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간격을 더 쪼개어 24개, 혹은 48개, 96개 음을 만들어 쓰지 않는 것일까? 더 많은 원소를 사용하면 음악은 더욱 다양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렇게 음악을 만들면 불편한 소음이 될 수 있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각각의 음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귀로 관계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면 그것이 음악으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이란 결국, 우리가 만들어낸 소리의 뚜렷하고 규칙적인 변화를 즐기는 것이다.
고대 피타고라스가 말한 소리란 자연음과 우주음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규칙적인 소리’로부터의 일탈이라고 볼 수 있다.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음악(音樂)이란 결국 ‘소리를 즐기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래도 대자연 속에 인간이 오물거리며 만든 작은 문명이 나름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듯이, 인류가 창조해낸 음악 역시 아름다운 우주의 소리인 것이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평균 음’의 개념을 사용하여 일정한 음을 구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파수를 규칙적으로 쪼개어 일정한 간격을 가지 절대 음들을 만들었고, 이런 음들을 안정되게 생산하기 위해 ‘악기’라는 도구가 급속도로 발전했다.
사람들이 즐기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뚜렷하게 비교 구분이 가능한 음들을 적절한 규칙으로 조합해야 한다. 그래서 창조된 음악의 ‘원소’ 혹은 음악의 ‘알파벳’이 바로 이 12개의 음이고, 음악을 만들기 적합한 최소의 간격으로 구성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연주를 하다 보면 12음의 최소 간격인 ‘반음(semitone)’보다 작은 ¼음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처럼 ¼음을 연주해보면, 이것은 멜로디라기보다는 음악의 긴장감을 더하는 기술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음이 사람의 귀에는 독립적인 음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연주를 할 때 사용하는 음의 기준은 A4(4옥타브 라)이다. 피아노 건반 정중앙에 있는 ‘라’ 음이며, 오케스트라나 록 밴드나 모두 이 음을 기준으로 악기를 조율한다. 모든 소리는 고유의 주파수를 가진 파동이다. 기준 음인 A4의 주파수는 440Hz이고, 옥타브는2배수의 주파수를 가진다. 즉 A4가 440Hz이므로, A5는 880Hz이고, A6는 1,760Hz가 된다. 이 음들이 모두 같은 ‘라’로 들리는 것은 주파수가 배수이므로 음의 파동이 겹쳐졌을 때 진폭이 ‘싱크’되기 때문이다. 즉 4옥타브 ‘라’가 한번 진동하는 동안 5옥타브 ‘라’는 두번 진동하고, 6옥타브 ‘라’는 4번 진동하며 진폭이 주기적으로 만나기 때문에 음이 서로 부딧히지 않고 모두 고유의 ‘라’소리를 내는 것이다.
각 음들을 옥타브별로 나열해보면 각 음의 간격은 같은 헤르츠 차이를 가지지 않는다. 등차 수열이 아닌 등비 수열이기 때문이다. 내게는 너무 어렵지만, 나보다 머리가 좋은 대부분의 분들을위해 공식을 써보겠다. 그리고 원고량도 늘일 겸, 각 음의 주파수를 계산 해 보겠다.
반음 사이의 주파수 간격을 구하는 공식을 쉽게(?) 써보면,
다음 음 주파수(Hz) = 전 음 주파수(Hz) * (1+(2^(1/12)))
이된다. 이 공식을 이용해서 각 음의 주파수를 구하면 다음의 표가 된다.
어릴적 연주를 배우다보면 내가 겨우 하나를 소화하는 동안 이미 10개를 이해하는 친구들이 있다. 아마도 볼프강 아마데우스를 바라보는 안토니오 살리에르의 심정과 같을 것이다. 이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이 정도 단계에서 이미 ‘음계(scale)’와 ‘화음(chord)’까지 이해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뮤지션이 되지 않고 조종사가 된것을 원통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그렇다. 이론적으로 12개 음을 +/- 무한대로 옥타브를 만들면 음의 개수는 무한대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도표와 같이 사람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8옥타브의 범위 안에서 음악을 만드는데, 12음이 각 8옥타브이니 모두 96개의 음이다. 가장 복잡한 음악인 교향곡을 만들어도 이것보다 적은 음들의 조합으로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악기들을 한번 살펴보자. 악기들은 대부분 2~3옥타브만 연주할 수 있고, 12음을 모두 내지 못해 조별로 악기를 바꿔야 하는 악기도 많다. 그런데 피아노는 표준 건반이 88개이니 거의 7옥타브 이상을 연주할 수 있다. 기타는 4옥타브를 내지만 같은 음을 여러 포지션에서 낼 수 있어 넓은 음역대에서 다양한 화음을 연주 할 수 있다. 피아노는 직렬 악기, 기타는 병렬 악기라고도 볼 수 있는데, 표현 범위가 넓기 떄문에 가장 대중적인 악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안드레이 세고비아가 말했었다,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다.’ 라고.
보통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대를 20Hz~20,000Hz로 보고 있다. 도표에 있는 가장 높은 음인 B8도 7,902Hz에 불과하니 더 높은 소리도 충분히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 범위를 벗어난 음들은 사실 음악에 쓸모가 없다.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배음(Harmonic Overtone)’, 혹은 ‘자연 배음(Natural Overtone, Natural Harmonics)’이다. 자연음을 분석해보면 그 안에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복합적인 소리가 섞여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들리는 소리란 모두 바탕음과 배음이 합성된 ‘화음’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기계음이나 디지털 음이 우리의 귀에 자연스럽지 않게 들리는 이유가 ‘적절히 합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물질은 진동할 때 고유의 주파수를 가진다. 물체라는 것이 모두 하나의 원소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진동하면서 바탕음 외에도 여러 가지 배음들이 섞여 나오게 되는데, 각기 다른 진동이 합성되어 고유의 소리를 만든다. 그러나 악기의 경우는 대부분 바탕음의 주파수와 배수를 이루는 옥타브 음이 배음으로 나온다.
악기는 바탕음 위로 보통 2개의 옥타브 배음이 소리에 영향을 준다. 만약 5,000Hz의 음을 내면 10,000Hz와 20,000Hz 의 배음이 섞여 우리 귀에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높은 고음을 내면 거기에 섞인 배음은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없게 되니, 마치 청력테스트용 기계음처럼 부자연스럽게 들릴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편하고 아름답게 들을 수 있는 고음의 영역은 5,000Hz를 벋어나지 않으며 그 이상의 고음은 음악에서 별 의미가 없다.
악기는 바탕음 뿐만아니라 배음이 어떻게 잘 합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질’과 ‘특성’이 정해진다. 또한, 연주자들은 하모닉스 음을 컨트롤 해서 연주법으로도 사용하는데, 현악기를 예로 들면 현의 특정 부분을 두드리거나 현의 진동을 방해하여 배음을 증폭시키고 바탕음을 제거하여 순간적으로 2옥타브를 오가는 극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특히 현악기와 관악기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이 주법을 즐겨 연주하는 사람은 배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악기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초보자들이 이런 악기를 사용하면 깽깽거리는 소리를 제어하지 못해 애를 먹는다.
Scale
그런데 이 12개 음은 간격이 일정하여 감정이 없다. 12개의 음을 차례로 소리 내 보면 구분은 뚜렷하지만 무미건조한 계단식 나열에 지나지 않게 들린다. 그래서 인간은 오래전부터 이 12개 음 중 특별한 음 몇 개를 골라 음계(scale)로 사용했다. 음계는 음악의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결정하는데, 아이리시 음악이나, 집시 음악, 인도 음악처럼 각 민속 음악은 독특한 음계를 가지고 고유의 분위기를 낸다. 민속 음악들이 3개에서 7개의 음으로 고유의 음계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우리의 전통 음악은 5개의 음을 사용했다.
우리의30~50년대 전통 노래인 ‘눈물 젖은 두만강’이나 ‘황성 옛터’ 같은 곡을 들어보면 사용되는 음은 모두 다섯 개이다. 5개 음의 간격(Interval)은 온음 - 단3도(1과1/2음) – 온음 – 온음 - 단3도’이다. 즉, 솔을 으뜸음으로 솔(G)-라(A)-도(C)-레(D)-미(E)이다. 아쉽게도 일본의 엔카와 같은 음계이다.
이처럼 음계를 구성할 때 각 음의 간격(interval)은 음악의 느낌이나 감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그리고 주입식 교육으로 무조건 외웠던 음계가 바로 ‘7음계(Heptatonic Scale)’이다. 앞서 장황하게 설명한 12개의 음 중에 7개를 골라 5개의 온음과 2개의 반음 간격으로 만든 ‘7음 온음 음계(Diatonic Scale)’ 이며, 인류의 값진 유산인 것이다.
다(C)장조: C(도) - D(레) – E(미) – F(파) –G(솔) – A(라) – B(시) - C(도)
이것은 ‘도’를 으뜸음(tonic)으로 쓰는 다장조(C major) 음계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조 음계(Major Scale)는 모두 다음의 음 간격(Interval)을 가진다.
장조 인터벌: 온 – 온 –반 – 온 – 온 – 온 –반 (온: 온음, 반: 반음)
또한, 똑같은 7개의 음이지만 시작점인 으뜸음(tonic)을 바꾸어서 나열하면 인터벌은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음계의 인터벌이 바뀌면 같은 음을 사용하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음계가 되는 데, 시작점을 ‘도’ 대신 ‘라’를 사용해서 다시 나열해 보자.
라(A)단조: A(라) – B(시) - C(도) - D(레) – E(미) – F(파) –G(솔) – A(라)
나열된 음대로 인터벌을 열거해 보면, 다장조의 것이 수평으로 그대로 이동하여 전체적으로 새로운 인터벌을 형성하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단조 인터벌: 온 – 반 – 온 – 온 – 반 – 온 – 온
이러한 간격의 음계가 바로 단조 음계(Minor Scale)이며, 장조와 단조는 7음계(Diatonic scale)의 대표적인 두가지 음계가 된다. 위의 예는 라단조(A minor) 음계로써 12개의 음 중에 다장조(C major)와 정확히 똑같은 7개의 음을 사용하므로, 이 두 조(Key)를 ‘나란한 조’라고 부른다.
이번에는 조를 바꾸어 장조의 솔(G)과 단조의 미(E)를 으뜸음으로 해 보면 다장조와 가단조 음계에서 사용했던 파(F)대신 파#(F#)을 쓰게 된다. 이를 사장조(G major)와 마단조(E minor)라고 부르는데, 이 두 조 역시 12음 중 같은 음을 사용하므로 서로 나란한 조가 된다.
사(G)장조: G – A – B – C – D – E – F# – G (온 – 온 – 반 – 온 – 온 – 온 – 반)
마(E)단조: E – F# – G – A – B – C – D – E (온 – 반 – 온 – 온 – 반 – 온 – 온)
그렇다면, 장/단조가 시작점을 이동시켜 인터벌을 변화시킨 것처럼 7개의 음을 번갈아 시작점으로 쓰면 장/단조뿐 만아니라 모두 7개의 나란한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맞다. 서양음악은 이런 방법으로 인터벌을 변화시켜 음악의 표현력을 다양화 했다. 기본 장조 인터벌인 ‘온온반온온온반’을 변형시키면 아래와 같이 모두 7가지의 인터벌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바로 7개의 선법(Mode)이 된다.
C 아이오니언: C-D-E-F-G-A-B (온온반온온온반)
D 도리언: D-E-F-G-A-B-C (온반온온온반온)
E 프리지언: E-F-G-A-B-C-D (반온온온반온온)
F 리디언: F-G-A-B-C-D-E (온온온반온온반)
G 믹소리디언: G-A-B-C-D-E-F (온온반온온반온)
A 에올리런: A-B-C-D-E-F-G (온반온온반온온)
B 로크리언: B-C-D-E-F-G-A (반온온반온온온)
장조(Major Scale)는 이 일곱 가지 중 첫 번째 선법(Mode)인 ‘아이오니언(Ionion)’ 음계이다. 그리고 단조(Minor Scale)은 ‘에올리언(Aolian)’ 음계이다. 이처럼 7음계(Diatonic scale)의 간격을 변화(이동)시켜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장조 음계(major scale)는 밝은 느낌을 주고, 단조 음계(minor scale)는 어두운 느낌을 준다. 도대체 무엇이 그러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음계에 따라 건반을 하나씩 두드려 보자. 수수께끼를 푸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비밀은 바로 제3도 음에 있다. 즉 3도 음(Mediant)과 으뜸음(Tonic)의 인터벌이 장3도(온-온)면 밝아지고, 단3도(온-반)면 어두워진다.
다시 한번 위의 선법(mode)를 살펴보자. 장조인 아이오니언 음계와 마찬가지로 으뜸음과 3도 음의 간격이 장3도인 ‘리디언’과 ‘믹소리디언’은 밝은 느낌을, 단조 음계(에올리언)와 같이 으뜸음과 3도 음의 간격이 단3도인 ‘도리언’, ‘프리지언‘은 어두운 느낌을 준다. 마지막 모드인 ‘로크리언’은 단조와 마찬가지로 단 3도의 인터벌을 갖고 있으나, 으뜸음과 5도 음의 간격이 완전 5도(3음반) 가 아닌 단 5도(3음) 이어서 매우 독특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음계 혹은 조성(Key)을 선택할 때, 장조와 단조를 기본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단순한 음계로부터 변화를 주기 위해 여러 선법(Mode)들을 중간에 기술적으로 사용한다. 아이오니언의 대체 음계로 리디언과 믹소리디언을, 에올리언의 대체 음계로 도리언과 프리지언을 주로 사용하며, 긴장감을 주는 터닝포인트를 위해 로크리언 음계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규칙들을 정리했단 말인가?
현대에 사용하는 7음계(Diatonic Scale)가 정착한 것은 중세 유럽이었고, 여태까지의 음계 중 가장 영향력있게 발전했다. 발전한 만큼 그것을 적절히 표현해 줄 수 있는 악기가 개발되어야 했고, 악기도 더 복잡해졌다. 예를 들어 5음을 사용하는 피리보다 12음을 사용하는 피리는 구멍이 더 많아야 할 것 아니겠는가?
7음계가 정착하자 누군가가 12음들의 마법 같은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여러 가지 선법(Mode)과 조성(key)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게 되었는데, 그들이 바로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들이다. 바흐와 헨델을 음악의 아버지니, 어머니니 하며 추앙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기 그지없는 7개의 음을 이렇게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토목공사를 해 놓았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바로크 음악은 오히려 그들이 만들어놓은 형식에 집착하는 현상을 보였다. 변조(modulation: 전조, 혹은 조바꿈)도, Modal change(선법을 바꿈)도, 긴장음(Tension note: 스케일에서 벋어난 음. 이 음을 사용하면 음악을 불안전하게 만들어 음악에 긴장감을 준다.)의 사용도 절대 자유롭지 않았다. FOM을 만든 세대가 FOM을 맹신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러나 항상 천재들이 역사의 변화를 이끌듯, 많은 위대한 뮤지션들이 형식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낭만파 작곡가들은 더 자유로운 표현을 하였고, 지역마다 민속적인 색채도 담기 시작했다. 19세기 근대에 들어서는 드디어 7음계(Diatonic Scale)의 파괴가 이루어져 바그너를 중심으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12음을 모두 사용하는 반음계(Chromatic Scale)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음계를 사용함으로 음악은 더 난해해졌고, 그 음악의 조성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게 되었다. 현대 고전(Classic) 음악이나 크로스오버에서는 반음계(Chromatic Scale)가 보편화 되었지만, 대신 오늘날 대중음악은 대부분 철저히 7음계(Diatonic Scale)를 따른다.
오늘날에는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음악들이 기본 규칙을 제일 잘 따르고 있다. 서양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악인 록음악과 팝 음악 등은 잘 정돈된 질서있는 표현으로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음악을 만든다.
그런데 대중 음악은 딜레마가 있다. 형식을 너무 지키면 개성이 없어지고, 형식을 벋어나면 ‘이건 뭥미?’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날이 가면 갈수록 경쟁은 더 심해지는데, 살아남기 더 어려운 것이다. 걸 그릅이 많지 않던 시절, 핑클은 새끼 손가락만 치켜 들어도 오빠와 삼촌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노래와 퍼포먼스에 임팩트가 있어야 함은 기본이고, 안되면 씨름이나 달리기도 시키고 정글도 보내고 심지어 노이즈마케팅까지도 해야 하는 것이다.
기회가 되면 화음과 리듬 등 다양한 주제를 찾아보겠다. 물론 이번 기사의 반응이 안 좋으면 여기서 문을 닫을 수도 있으니, 미리 고맙다는 인사도 해 놓겠다. 혹시 모르니 말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귀를 기울일 줄 안다.”
'클래식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carcassi 순서적 연습곡 1,2,3 (0) | 2012.12.12 |
---|---|
기타줄 (0) | 2012.11.30 |
드뎌 기타를 구입했다. (0) | 2012.11.29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에 나온 음악들 (0) | 2012.11.26 |
메트로놈 박자 맞추기가 왜 이렇게 어렵죠? - 박자맞추는 방법 (0) | 2012.11.12 |